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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매매/임대소송

[김병철 변호사의 부동산 법률칼럼] 가계약금도 계약금인가?

[법률칼럼-가계약금도 계약금인가?]


최근 부동산 가격이 오르다 보니 아파트를 팔고도 해약하려는 매도인이 많고 매수인쪽에서도 혹여 매도인이 계약을 취소하지 않을까 안절 부절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때로 계약 전 가계약금을 미리 송금하여 다른 매수인과의 경쟁을 피하여 우선 매매예약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계약 전에 미리 보내놓은 이 가계약금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기서 주로 발생하는 문제는


(1) 매수인이 가계약금을 보내고 나서 마음이 바뀌었을 때 반환받을 수 있는지의 문제


(2) 매도인이 가계약금을 받은 이후에 마음이 바뀌었을 때 가계약금을 돌려주면 되는지, 가계약금의 2배를 배상해야 하는지, 아니면 전체 계약금의 2배를 배상해야 하는지의 문제다.


만약 가계약금도 계약금의 일부로 본다면 위 (1)의 경우 매수인이 변심하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고 (2)의 경우 매도인이 변심하면 가계약금의 2배를 배상하여야 할 것이고, 계약금의 일부로 보지 않는 경우에는 변심한 매수인은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도 있고, 변심한 매도인은 자신이 받은 금액만 상대에게 돌려줘도 될 것이다.



여기에 대하여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했고 "비록 가계약서에 잔금 지급시기가 기재되지 않았고 후에 그 정식계약서가 작성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다면 매매계약은 성립됐다"고 해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에도 목적물과 매매대금등이 특정되고 중도금지급방법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가계약금약정만으로도 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보았다((대법원 2006년 11월 24일 선고 2005다39594 판결). 
(이 경우는 가계약서에 잔금지급시기만 특정이 안되었을 뿐, 가계약서가 따로 작성되고 가계약금의 액수가 양자간에 특정되었을 뿐아니라 계약금 상당의 고액의 금전이 오갔고 중도금의 일부를 대신하는 채권양도까지 이행된 특수한 경우임).




또한, 대법원 2015.4.23 선고 2014다231378 판결 [손해배상(기)]은 매도인이 '계약금 일부만 지급된 경우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고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의 배액만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면 이는 당사자가 일정한 금액을 계약금으로 정한 의사에 반하게 될 뿐 아니라, 교부받은 금원이 소액일 경우에는 사실상 계약을 자유로이 해제할 수 있어 계약의 구속력이 약화되는 결과가 되어 부당하기 때문에, 계약금 일부만 지급 된 경우 수령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원은 '실제 교부받은 계약금'이 아니라 '약정 계약금'이라고 봄이 타당하므로, 매도인이 계약금의 일부로서 지급받은 금원의 배액을 상환하는 것으로는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고 하였다.


위 두 개 대법원 판례만 보고서 마치 모든 “가계약도 계약”라는 판례가 나왔다고 하면서 모든 가계약금이 계약금의 일부로 취급되야 하고 매도인이 변심하는 경우에 가계약금을 매우 소액을 입금한 경우에도 전체 계약금의 2배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하는 글들이 많다. 그래서 매매대금이 10억이고 계약금이 1억인데 가계약금을 1000만원만 지급한 경우에도 매도인이 변심하면 매수인은계약금 전체의 2배인 2억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오해한다. 만약 그렇다면 세상에 이렇게 쉽게 돈버는 방법이 있을까?




일단 나는 위 2014다231378 대법원 판결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계약금계약의 요물계약성에 배치되기 때문이다. 약정한 계약금의 전액이 지급되지 않은 경우까지 계약금의 전액을 해약금의 기준으로 본다면 계약금계약의 요물성에 위반되는 것이 아닐지 싶다. 또한 판례는 소액을 기준으로 하면 계약의 구속성이 약해져서 문제인 것처럼 설시하나 계약금 중 일부인 소액만을 지급한 것은 매수인의 귀책이므로 그 위험도 매수인이 부담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위와 같은 두 판례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행해지는 가계약과는 다른 케이스다. 일반적인 가계약은 위 사례처럼 가계약서라는 서류를 작성하지 않고 매도인이 매도인측 공인중개사에게 자신의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매수인이 일방적으로 이 통장에 돈을 넣으면서 성립된다. 가계약금을 넣을 당시 당사자들의 의사는 계약금의 일부로 넣는다는 의사보다는 다른 매수인보다 계약체결의 우선권을 갖는다는 의미로 입금하는 경우가 많고 또 그 금액도 매우 소액이다. 즉 매도인이 이 돈을 받을 때 내가 변심하면 이 돈의 2배를 지급해야 한다는 인식도 없고 매수인이 가계약금을 넣을 때 내가 변심하면 이 돈을 모두 포기해야 한다는 인식도 희박하다. 매도인은 아직 계약체결 전이므로 변심해도 이 돈은 그대로 돌려주면 된다고 생각하고 매수인은 변심해도 이 돈은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우의 가계약금이 실제 문제가 되는 가계약금이며 이러한 경우에는 명확한 판례가 없고 실무에서 소송까지 가는 경우에는 판결보다는 합의, 조정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서의 의견을 피력하자면 이러한 일반적으로 문제되는 가계약의 경우에는 계약금의 일부로 보기에 문제가 있다. 위 판례와 같이 목적물이나 매매대금 등이 특정된 경우에도 계약금의 일부로 보기에는 문제가 있고 가계약은 일종의 특수한 별도의 계약으로 보는 것이 당사자의 의사에 합치한다고 본다.

위 판례처럼 가계약서가 작성된 경우에도 매매계약 내용의 특정여부로 이를 판단하기 보다는 당사자들간에 해약금의 효력을 발생시킬 의사의 합치가 있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본다.




사안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합치 정도를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다 보면 ① 계약의 준비단계인 매매의 예약 정도에 불과한 경우 ② 본계약과 별도로 가계약금 약정을 별개로 성립인정해야 할 경우 ③ 계약금의 일부가 입금된 경우로 볼수 있는 경우 로 이를 분리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법원 판례의 문제점은 가계약금도 계약금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판단기준을 '특정여부'로만 판단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내 견해로는 ① 계약의 준비단계 또는 매매예약의 단계인 경우에도 매매의 목적물이나 매매대금은 특정할 수 있다. 그러나, 돈을 지급할 때 그 돈에 어떤 효력을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당사자의 의사해석문제가 더 크다고 본다.

물론 그 의사해석은 주관적인 것이 아니라 일반 상거래 관념에 비추어 객관적인 해석이어야 한다. 판례처럼 '본계약내용의 특정'여부도 그 의사해석의 판단기준 중 중요한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겠으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의미다.



일단, 아예 가계약금의 액수도 정하지 않고 중개업자로부터 매도인의 계좌번호를 받은 것을 기화로 일방적으로 입금한 돈의 경우에는 계약금의 일부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본다. 계약금계약은 요물계약이기 때문에 전액이 지급되어야만 계약금으로서의 효력이 발생하고 여기에 해약금으로서의 기능도 추가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대법원 판례 중 계약금약정을 하고 일부만 지급한 경우에도 해약금으로서의 효력을 인정한 경우도 있기는 한데 이러한 경우는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전액을 받은 것으로 하고 매수인이 매도인에게 현금보관증을 써준 경우다).


결론적으로 위 2개 대법원 판례만 보고 모든 가계약의 경우에 가계약금을 매우 소액만 넣었더라도 매도인이 변심하면 매수인이 총 계약금의 2배를 받을 수 있다고 섣불리 판단하는 오해가 있는데 물론 사안에 따라 그렇게 주장할 수 있는 경우가 있겠으나 모든 가계약에 적용되는 것처럼 일반화해서는 안된다고 보며, 계약금계약의 요물계약성에 비추어 보면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된 경우에도 매도인이 전체 계약금의 2배를 지급해야 해제권을 갖는다는 위 대법원 판례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부동산 가격 폭등기에는 위 판례를 악용하려는 시도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글. 김병철 변호사(문장종합법률사무소 02-3477-0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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